◈ JTBC '손석희 뉴스룸' 시청률

2016. 10. 27. 23:10인물

종편 뉴스가 8%에 가까운 시청률로 비상하는 일을 우리는 목격하고야 말았다.

웬만한 공중파 방송보다 더 높은 시청률이다.

바로 <손석희의 뉴스룸>(이하 <뉴스룸>)이 24일 해 낸 일이다.

 

<뉴스룸>은 버려졌던 최순실의 PC를 단독 입수해서 그 안의 내용을 모두 폭로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끊임없이 발로 뛴 취재의 결과에 시청자들도 화답한 것이다.

 

최순실 사건은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체육 협회의 인사권에 간섭하고 대통령 연설문등, 기밀 문서를 사전에 받을 정도로 국정에 간섭했다는 정황이 있는 만큼 엄청난 사건이지만, 이 사건이 그 무게만큼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비리와 특혜 혐의가 있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만큼 탄핵과 하야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JTBC와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TV 방송국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특히 공중파의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KBS는 JTBC의 보도가 있던 당일, 이 사건을 최순실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개헌'에 초점을 맞췄다.

SBS나 MBC역시 이 사건에 침묵을 했다. 이에 언론인들의 양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6일 성명을 내고 "언론사로서, 공영방송으로서, 그리고 한 때 가장 신뢰받고 영향력이 있는 뉴스를 만들었다는 KBS의 구성원으로서 이 희대의 사건 앞에서 KBS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로 떨어졌음을 직접 우리의 두 눈과 귀로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SBS 언론노조 역시 25일 "언론이길 포기한 결과, 이제 만족하는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손석희의 보도, 8%의 시청률이 참담한 이유 ⓒ jtbc

                              

                                       

종편과 신문이 이 사건에 대한 특종을 연달아 터뜨리고 난 후에야 KBS는 허겁지겁 최순실 전담 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순기능이 필요한 시점에서, 언론이 입을 다물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로 뉴스를 채운다는 것은 적지않은 실망감을 안겨준 동시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JTBC의 손석희 역시, 이 사건을 보도 한 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방송사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자중하고 겸손하자"며 "보는 눈 많고 듣는 귀 넘쳐나니 시비 거리가 있다면 엄청나게 큰 반발로 우리를 언제든 덥쳐올 것"이라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정당한 보도 내용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 더군다나 누군가의 압력이나 압박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8%라는 시청률은 그래서 부끄럽다.

 

KBS, 허겁지겁 최순실 전담 TF 구성.. 미디어 침묵이 마음 아프다

 입력 2016.10.27. 15:41

 

흔히 조중동이라 일컬어지는 우파 계열 신문사들은 보수 정당에 호의적인 편이다.

그런 언론이 만든 방송사가 바로 JTBC다.

처음 방송사들이 만들어졌을 때 편파 보도로 점철될 것이라는 우려는 컸고, 언론인들이나 국민들의 반발은 컸다.

 

그러나 <뉴스룸>은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손석희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는 강력하다.

이런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보도 내용의 전권을 위임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곳이 종편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개혁과 혁신은 한 신문사가 만든 방송국이 아닌, 영향력 있는 공영방송사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자본을 사용해 양질의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장점을 활용하기를 포기했다.


공중파에서 볼 수 없었던 당당하고 올곧은 보도를  JTBC라는 방송국을 통해 목도해야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방송국에 소속된 언론인들조차 공정성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하게 만드는 방송국은 스스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소신을 지키고 해야 할 이야기를 해야 할 때 해 낸 손석희 앵커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도는 커지지만, 그가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한 문제점은 더욱 도드라지고 만다.

 

다른 방송사가 침묵하는 가운데 올린 8%라는 시청률은 대단한 시청률인 동시에 초라한 시청률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익숙한 채널이 아니라 JTBC라는 채널에 고정해야 하는 미디어의 침묵이 아프게 와닿기 때문이다.

 

언론장악이라는 말이 이번만큼 절실하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을까.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누구도 불리한 입장에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권에 불리한 이야기를 했을 때 겪게될 사안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총대를 매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JTBC의 보도 역시 방송사의 방향이 반영된 보도내용이라기 보다는 전권을 위임받은 손석희의 영향력이 컸다. 

한 개인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언론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살고 있다.

지금은 2016년인데도 말이다.

 

[오마이뉴스우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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