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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방 애들 깔렸어, 무서워” “구명조끼? 알아서 입었어”

최한택 2014. 7. 17. 07:01
법정서 공개된 ‘세월호’ 참사 당시 승무원·승객 카톡 메시지.
입력 2014-07-16 03:43

 

 

“옆방 애들 깔렸어, 무서워” “구명조끼? 알아서 입었어” 기사의 사진
“물이 막 들어오는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래요. 저희는 가만히 있었는데 남자애들은 못 참고 뛰어내리기도 한 것 같아요.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떠 있으니 뒤에서 친구들이 밀어주기도 하고, 물이 거의 목 밑까지 차서 밑에 있던 애들은 아예 잠겨서 물먹고 그랬어.”

세월호 침몰 당시와 이후 승무원, 승객이 각각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15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카카오톡 내용에는 사고 당시 참상은 물론 이준석 선장 등의 무책임한 태도 등이 나타났다.

3등항해사 박모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선배 2명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때 브리지에 선장님 계셨어(?)”라는 선배의 질문에 박씨는 “그게 문제예요. 선장이 재선(在船) 의무 안 지켰다는 거”라고 답했다.

박씨는 “선장님이 갑자기 말도 않고 방에 들어가셔서 기관장님이 ‘그 노인네 어디 갔어’라고 묻고는 방에 가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카톡이나 게임 아닐까 싶다”고 선배에게 말했다.

이 선장의 휴대전화에는 게임 애플리케이션 8개가 깔려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이 선장이 당시 게임을 하고 있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박씨는 민사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에 “무조건 책임회피 식으로. 이기적일 수 있지만 선장 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해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침몰하는 배 안의 공포와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연극부 사랑함. 다들 사랑해. 진짜 사랑해. 애들아 진짜 사랑하고 나는 마지막 동영상 찍었어”(오전 9시10분 마지막 메시지 발송) “너무 무서워. 캐비닛이 떨어져서 옆방 애들이 깔렸어. 무서워”(오전 10시12분) 등이다.

오전 9시 20∼21분 한 학생은 “화물들 바다로 다 떨어지고 난리남. 지금 전기도 다 나감”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오전 9시29분에 한 학생은 “아직 움직이면 안 돼”라고, 오전 9시41분 다른 학생은 “XX 방송도 안 해줘. 걍(그냥) 가만히 있으래”라고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때 승무원들은 퇴선하고 배에 없었다.

구조된 학생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도 긴박한 상황과 승무원들에 대한 원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학생은 “(제가) 거의 마지막에 나왔거든요. 근데 제 뒤에 엄청 많았어요. 살아 있는 친구들 많았는데 다 죽었을 걸요. 배 안에서 선원들이 아무것도 안 했어요. 가만히 있으면 산다고, 근데 가만히 있다가 저까지 죽을 뻔했어요”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배가 기울었어요. 친구들은 막 웃으면서 장난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90도로 기울었어요. 선원들은 안 움직이면 안전하다고, 그래서 가만히 있다가 물이 너무 많이 차서 배 밖으로 빠져 나왔어요”라고 메시지를 적었다.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조치? X소리. 사고 나고 20분 정도 지나고 배가 더 기우니까 사람들이 무서워서 알아서 입기 시작했어”, “승무원은 구명조끼도 안 주고 남학생이 갖다 줬어” 등 메시지에도 승무원들의 무책임은 묻어 나왔다.

광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