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2시59분. 서울 강동구의 한 노인복지관 댄스 수업 중 춤을 추던 김모(65)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수업을 받고 있던 김모(65·여)씨가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김씨는 깍지 낀 손으로 김씨의 흉부를 반복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폐소생술(CPR)을 행한 것이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관장이 전기충격기인 자동제세동기(除細動器·AED)를 가져왔다. 전기 패드를 가슴에 붙인 뒤 음성 안내를 들으며 가슴에 충격을 가하자 김씨의 발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장이 멈춘 지 4분30초 만이었다.
4.9%. 심장 정지로 쓰러진 후 살아날 확률(2013년)이다. 김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당시 의식을 찾은 후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까지 특별한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김씨가 5%도 안 되는 생존 확률을 뚫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골든타임(4분)의 기적’이었다.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김씨가 쓰러진 직후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해줬던 또 다른 김씨가 없었더라면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김씨는 “구청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연간 심장 정지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5년 새 27%가 늘었다. 지난해에만 2만9356건이 발생했다. 전국 644개 의료기관에서 2만9000여 건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신익준 대한심장학회장은 “심장 정지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심근경색이 심장마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인구 고령화와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의 증가로 심장 정지 발생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직장인 대상 심장 정지 인지도 및 심폐소생술 실태’를 조사했다. 직장인 5명 중 4명(77.7%)은 동료가 쓰러져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심장의 박동을 되살리는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100명 중 5명뿐이었다. 전국 1900여 개 사업장 3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은 119 구급대원이나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누군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면 119에 신고한 뒤 즉각 흉부압박을 실시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인 서울성모병원 노태호(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 정지로 쓰러지면 뇌 속에는 적은 혈액과 산소만 남게 되는데 3~4분이면 소진된다. 그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뇌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병원에 옮긴 뒤에는 이미 늦다”고 말했다.
결국 골든타임을 잘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골든타임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의료인이나 구급대원보다 일반인일 가능성이 크다. 병원이나 소방서 앞에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 그렇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심폐소생술 실시 생존율’을 분석했더니 일반인이 실시한 경우가 13.7%였다. 전체 평균(4.9%)에 비해 2.8배나 될 정도로 높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행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지난해 심장 정지 발생 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행한 경우는 8.7%에 불과했다. 과거에 비해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지만 미국(33.3%)·일본(34.8%)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학교나 군대를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접하지만 아직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질병관리본부 홍성옥 손상및심정지조사팀장은 “심장 정지 상황을 목격하고도 심폐소생술을 하다 괜히 잘못되는 게 아닐까 걱정부터 한다”며 “선한 사마리아법(Good Samaritan law )이 적용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선한 사마리아법은 응급처치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상해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도 감면해 준다. 심폐소생술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장주영 기자
4.9%. 심장 정지로 쓰러진 후 살아날 확률(2013년)이다. 김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당시 의식을 찾은 후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까지 특별한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김씨가 5%도 안 되는 생존 확률을 뚫고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골든타임(4분)의 기적’이었다.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김씨가 쓰러진 직후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해줬던 또 다른 김씨가 없었더라면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김씨는 “구청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익준 대한심장학회장은 “심장 정지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심근경색이 심장마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인구 고령화와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의 증가로 심장 정지 발생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직장인 대상 심장 정지 인지도 및 심폐소생술 실태’를 조사했다. 직장인 5명 중 4명(77.7%)은 동료가 쓰러져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심장의 박동을 되살리는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100명 중 5명뿐이었다. 전국 1900여 개 사업장 3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은 119 구급대원이나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누군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면 119에 신고한 뒤 즉각 흉부압박을 실시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인 서울성모병원 노태호(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 정지로 쓰러지면 뇌 속에는 적은 혈액과 산소만 남게 되는데 3~4분이면 소진된다. 그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뇌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병원에 옮긴 뒤에는 이미 늦다”고 말했다.
결국 골든타임을 잘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골든타임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의료인이나 구급대원보다 일반인일 가능성이 크다. 병원이나 소방서 앞에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 그렇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심폐소생술 실시 생존율’을 분석했더니 일반인이 실시한 경우가 13.7%였다. 전체 평균(4.9%)에 비해 2.8배나 될 정도로 높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행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지난해 심장 정지 발생 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행한 경우는 8.7%에 불과했다. 과거에 비해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지만 미국(33.3%)·일본(34.8%)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학교나 군대를 비롯해 여러 경로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접하지만 아직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질병관리본부 홍성옥 손상및심정지조사팀장은 “심장 정지 상황을 목격하고도 심폐소생술을 하다 괜히 잘못되는 게 아닐까 걱정부터 한다”며 “선한 사마리아법(Good Samaritan law )이 적용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선한 사마리아법은 응급처치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상해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도 감면해 준다. 심폐소생술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장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