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1. 00:22ㆍ인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말을 삼키고 그냥 넘긴 적이 있었다. '다들 가만히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옳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무슨 토를 달아?" 맞아, 다들 가만히 있으니까...
약 2400년 전, 아테네에서 한 남자가 사형 당한다. 그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던 것에 반기를 들었다.
"허황된 궤변으로 아테네의 청년들을 미치게 만드는 사람이다."
아테네의 ‘다수’였던 소피스트들이 '궤변론자'라며 사형을 선고한 남자는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방식은 민주적이라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랐다.
그가 죽은 지 2천년이 더 지난 1859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다시 화두로 꺼내 ‘다수의 횡포’를 정면으로 비판한 한 지식인이 있었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그는 바로 <자유론(1859)>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 "우리 시대에는 사회의 모든 사람이 검열의 감시 하에서 살고 있다."
그가 살았던 시기의 영국은 역사상 가장 잘 나갔었지만, 그의 눈에 보인 건 개인의 자유가 압살 당하는 영국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발전시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 대신에,
‘나와 비슷한 지위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와 같은 형편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나’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사람들의 생각을 위협하는 다수의 횡포는 '보수주의'가 아니다. 오로지 경계할 것은 '개성의 상실'뿐이다." - J. S. Mill -
그가 경계한 것은 '나'는 사라지고 '다수'의 생각과 기준에 휩쓸리고 있는, '잘 나가는' 영국이었다.
그가 쓴 <자유론>은 '다수'에 장악된 '개인'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자유’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현대적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러다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어?' '괜히 튀지 마라'
160년 전 밀이 던진 물음에 과연 지금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기획/권영인 구성/이은재 그래픽/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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