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사고 원인은 '과적'이 아니었다

2017. 11. 25. 15:32카테고리 없음


세월호의 최대 적재량이 987톤이란 건 근거 없는 자료.."실제 최대 적재량은 2272톤"

 시사저널e. 입력 2017.11.25. 12:00


세월호 사고 원인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사안은 ‘과적’이었다. 검찰도 2014년 10월 세월호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과적을 문제 삼았다. 무리한 증축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배가 침몰했다는 주장이다. 연구기관들도 화물의 과다적재 등 과적으로 인한 복원성의 취약함을 침몰 원인으로 여겼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과적을 주요한 사고 원인으로 봤다. 이후 아무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지 7개월이 지났다. 3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보면서 모든 사람들은 사고 원인이 금방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세월호 선체를 눈앞에 두고도 진실 앞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을 뿐이다. 세월호 사고 원인은 마치 수면 아래 잠겨 있는 것과 같다. 당장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질문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단정을 내렸던 결과에 의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첫 번째로 던질 질문은 과적에 있다.


11월18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선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있다. 대해선박설계에서 입수한 자료(작은 사진)에 따르면, 세월호의 최대 적재(화물·여객) 중량은 2272.689톤인 것으로 확인됐다. © 연합뉴스·시사저널e


세월호 출항 시 ‘만재흘수선’ 초과 없었다


시사저널e가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의하면, 세월호는 화물을 과다적재하고 출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해선박설계가 10월25일 내놓은 세월호 ‘TRIM AND STABILITY’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가 실을 수 있는 최대 적재량은 기존에 알려진 987톤이나 1067톤이 아니라 2272.689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가 적재 가능 화물 최대치를 초과해 화물을 과다 적재하고 출항해 결국 사고가 났다는 주장의 근거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대해선박설계는 선박의 구조·크기 등 배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선박의 설계조건들을 계산하는 전문업체다.


과적은 세월호가 침몰한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까지 세월호 화물 적재량이 987톤이라면서, 사고 당시 세월호는 총 2215톤의 화물을 실어 적재량보다 1228톤의 화물을 더 실은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이 2014년 10월6일 발표한 세월호 침몰 원인에도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후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복원성을 잃고 침몰했다고 판단했다. 과적이 사고 원인이었다는 주장이다.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도 2014년 8월12일 “세월호는 선체개조 후 출항 당시에는 복원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허가 조건으로 명시한 화물 적재량 및 평형수 적재조건 등을 위반하여 화물을 과다적재하고 (중략) 항해를 하였다”고 밝혔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또한 “본 선박은 화물과적 및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운항하였다”라고 설명했다.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도 “화물을 과다하게 적재하였다”고 봤다. 결국 대법원은 2015년 10월29일 판결을 통해 ‘KRISO가 작성한 세월호 침몰사고원인 분석의 기재 및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증거를 신빙해 세월호의 복원성 약화 및 부실 고박으로 인한 화물의 이동과 세월호의 침몰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가 국민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의 최대 적재량이 987톤이라는 근거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던지지 못했다. 더 나아가 과적의 기준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의문은 더더욱 갖지 못했다. 다만 이 정도 생각은 했다. 일부 전문가들과 선박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유된 생각이다. 과적의 판단 기준은 바로 ‘만재흘수선’(선박이 화물을 탑재하거나 적재하고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선)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백한 사실은 ‘세월호는 만재흘수선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법원에서도 다뤄진 것이다. 선박의 재화중량톤수는 만재흘수선까지 적재할 수 있는 중량을 말한다. 이 재화에는 화물뿐만 아니라, 여객·연료·집기류·식자재·평형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 후 바다에 떠 있는 배가 모든 재화를 싣고 난 뒤 물에 잠기게 되는 만재흘수선을 기준으로 과적 여부를 판단한다. 선박안전법에서도 만재흘수선 정의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최대적재한도’라고 돼 있다. 과적의 판단 기준이 만재흘수선이라는 건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된다.


세월호가 출항할 당시 ‘만재흘수선을 지키지 않았다’라는 검찰이나 연구소 발표는 없었다. 법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만재흘수선을 지켜 출항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세월호는 과적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문제는, 그렇다면 세월호의 최대 적재량 987톤은 어떻게 산출된 것이냐다. 만재흘수선을 지켰다면 결국 987톤은 잘못된 정보가 된다. 이 점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특조위와 검찰이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와 관련해 출항 당시 CCTV를 모두 분석해 화물 적재량을 분석해 온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는 “세월호가 과적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특히 복원성과 과적은 다르게 봐야 하는데도 1000톤이나 과적했다는 쪽으로 몰고 갔고, 거기에 맞춰 언론도 과적을 침몰 원인으로 몰고 복원성까지 나쁘다고 했다. 분명한 건 만재흘수선을 넘지 않으면 과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배는 복원성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검찰 등에서 편리한 대로 갖다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대 적재량을, 987톤이나 1067톤의 배로 치면 나머지 1200여 톤을 모두 평형수 탱크에 물로 가득 채워서 항해해야 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상식적으로 그런 배를 만들지 않는다”며 “(2272톤이 최대 적재량이기 때문에) 만재흘수선을 넘지 않은 것이고 CCTV에서 모두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원인 재조사해야” 목소리도


그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한국선급의 문제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결국 허가 기준만 맞추기에 급급했던 청해진해운에서 날림으로 최대 적재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넘겼을 것이고, 검찰 등에선 사고가 난 후 이 자료를 그대로 갔다가 과적이라고 몰아갔던 것”이라며 “다만 일본에서 배가 올 때 관련 자료도 모두 넘어왔다. 그때 이 배의 최대 적재량을 청해진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월호의 구조변경 전의 화물 적재 최대량은 2437톤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청해진해운 한 관계자는 “선박 운항 허가를 받기 위해 통과 기준을 맞춘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1000톤이나 과적한 것처럼 나왔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출항 때 만재흘수선을 어기지 않았다. 법정에서도 다 밝힌 사실이다. 세월호는 과적으로 인해 침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적이 사고 원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세월호의 진정한 사고 원인은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조타 실수인지, 고박 불량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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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세월호 진상 규명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

 입력 2016.12.26 14:16 수정 2016.12.26 14:56


네티즌수사대 ‘자로’가 제작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다룬 다큐 ‘SEWOLX’(세월엑스)의 전체영상이 26일 오전 공개됐다.

 

자로는 이날 오전 11시5분께, 자신의 블로그(http://zarodream.tistory.com)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자로는 글에서 “크리스마스에 다큐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며 “구체적인 공개 일정

잡았던 것은 단순한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라, 공개 날짜를 박아놔야 제가 스스로 도망가지 않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자로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직 ‘진실의 편’에 섰다”며 “모든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바

라봤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는 물속에 잠겨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편견 속에 잠겨있다. 여러분의 편견에 정면으로 돌을 던지려한다.

여러분의 편견으로부터 세월호를 인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자로는 “수사권도 기소권도 조사권도 하나 없는 일개 네티즌이 진실을 향한 열정 하나로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는

지 보여드리겠다”며 “세월호 진상 규명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인 25일, 자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월호는 잠수함 등 외부충격 때문에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로의 분석 동영상]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공개한 8시간49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세월X.-


<제이티비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자로 인터뷰와 세월엑스 내용 일부를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 자로는 ‘외력(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했다. 정부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조타수의 조타 미숙·과적·고박 불량·복원력 상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자로는 진도 브이트에스(VTS)가 보관하고 있던 세월호 참사 당시 레이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 당일 오

전 8시49분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을 보면 주황색 표시의 괴물체가 보이는데 이 물체가 자체 동력을 가진 물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주황색 괴물체는 세월호에 실린 화물 컨테이너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레이더 영상 안에 잡힌 괴물체의 크기는 세월호의 6분의 1이다. 세월호 크기는 6000t급인데 컨테이너 100개

를 합쳐놔도 그만한 레이더 반사면적을 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자로는 또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내놓은 물의 흐름과 레이더 영상을 겹쳐본 결과 괴물체는 조류의

흐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자체 동력을 가진 물체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로의 과학 자문을 맡은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도 “레이더에 잡힐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쇠로 된 물체여야 한다. 그 정

크기로 (레이더에) 잡히려면 상당한 크기의 물체여야 한다”며 “그 정도라면 사실 선박 정도인데, 잠수함밖에는 생

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로는 ‘외력 침몰설’의 또 다른 근거로, “세월호가 기울기 전에 충격음을 들었거나 동시에

었다는 사람들은 ‘쿵’ 등의 단음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며 “사고 15분 전 3층 소파에 있던 탑승객이 밖으로 튕겨져

바다로 떨어졌다. 서서히 기우는 일반 침몰사고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로는 “보안상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는 군 레이더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며 “세월호 사건이 증거가 없는 사고라고 생

하는데 그건 편견이다.

전문가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제대로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다큐를 만들게 된 진짜

목적 중 하나는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전의 특조위는) 정부 방해로 제대로 조사를 할 수가 없었

다. 특조위를 부활시켜야 할 명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다큐멘터리 제작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같은 날 자로는 오후 4시16분 ‘세월엑스’를 공개하기로 했지만, 분량이 너무 큰 탓에 영상 업로드가 지연되면서 다큐를

제때 공개하지 못했다


<제이티비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마저 당초 방송예정 시각인 저녁 9시40분보다 40여분 늦게 방송되면서 누리꾼들

은 ‘자로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놓기도 했다. 이에 자로는 자신

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지금 속 영상을 올리고 있다. 용량이 워낙 커서 정말 오래 걸린다”며 “걱정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세월엑스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뉴스 포털사이트에 ‘자로’, ‘세월x’, ‘자로 세월호’ 등의 검색어가 실시간 검

색어 1위를 차지했다.


[한겨레] 박수진 고한솔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