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22:12ㆍ카테고리 없음
[인터뷰] “걷다가 얼어붙는 증상 사라져”…파킨슨병 시간 되돌린 세포치료제
허지윤 기자2024. 11. 14. 15:06
김동욱 연세대 교수·에스바이오메딕스 CTO
파킨슨병 배아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김동욱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대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허지윤 기자
김동욱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대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허지윤 기자
최근 배아줄기세포치료제를 이식받은 파킨슨병 환자가 1년 뒤 배드민턴을 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파킨슨병은 근육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갈수록 증상이 악화하는 난치병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 연구진은 1년 동안 파킨슨병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 신약 후보 물질 ‘TED-A9′를 투여한 임상 1·2a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TED-A9 치료제 개발은 바이오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가 맡았다.
배아줄기세포는 초기 수정란에 있는 원시세포로, 인체의 모든 세포, 조직으로 분화한다.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킨 뒤 환자의 뇌에 주입했다. 뇌 영상에서 이식 후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부위가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 들어간 도파민 신경전구세포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로 성장, 생착(生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동욱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이번에 임상시험을 한 배아줄기세포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에스바이오메딕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에서 만나 “임상시험에서 환자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참 증상이 진행된 파킨슨병을 다시 초기로 돌렸다는 평가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걷다가 발이 땅에 얼어붙듯 순간적으로 멈추는 ‘보행 동결’ 증상을 겪어온 파킨슨병 환자가 치료 후 이 증상이 사라진 게 대표적인 예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주요 평가 지표상 질병 증상 진행을 늦추는 연구 성과는 있었지만, 아예 증상이 없는 초기로 돌린 수준의 연구 성과는 없었다”며 “새 도파민 세포를 이식해 환자 질병을 거꾸로 되돌리는 수준의 치료 점수를 냈다”고 했다. 아래는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재 파킨슨병 치료법과 한계는.
“대부분 도파민 신경세포 퇴행으로 인해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약물 치료를 하거나 그 후 뇌 깊은 곳에 전기자극을 하는데, 증상 완화 수준에 그친다. 도파민 약물 치료는 초기에는 대체로 증상이 개선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 효과가 줄어들고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임상시험이 완벽한 성공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임상시험의 목적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거다. 지금까지 이식한 세포에 의한 뚜렷한 부작용과 어떠한 이상 반응도 관찰되지 않았다. 물론 장기적 안전성 확인을 위해 임상시험 추적관찰기간 2년을 포함해 최장 5년 관찰할 계획이다. 유효성은 여러 지표를 통해 그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는 근거는.
“파킨슨병 환자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객관적인 척도 중 하나가 호엔야척도다. 고용량 투여 3명의 환자에서 평균 3.7단계(중증)의 중증도가 2.0단계(경증)로 내려갔다. 이는 기대 이상 놀라울 정도로 좋아진 것이다. 1단계는 몸 한쪽만 증상을 보이는 수준, 2단계는 몸 양쪽에 증상이 있고 균형 장애는 없는 수준, 3단계는 균형 장애가 있는 정도, 4단계는 중증 기능 장애가 있으나, 걷거나 서 있을 수 있는 수준, 5단계는 도움 없이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침대에 누워 지내는 수준을 의미한다.
운동성평가지표 점수도 투여 전 대비 평균 13점이나 하락했다. 특히 보행 동결 현상도 3명 전원에서 사라졌다. 이것은 엄청난 결과다. 가장 객관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뇌영상에서도 이식 도파민 세포 신호 증가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투여 후 1년 시점에서 이토록 고무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최초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팀과도 비교가 안 된다.”
고용량에서 이식 도파민 세포 생착을 시사하는 뇌 영상(FP-CIT-PET) 사진. 이식 전(Baseline·왼쪽)과 비교되는 1년 후 영상 신호 증가를 점선으로 표시했다.
–이식한 세포 수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랐나.
“저용량(315만개 세포)과 고용량(630만개 세포) 그룹으로 나눠 시험했다. 고용량군이 저용량군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호엔야척도는 저용량군에서 투여 전 대비 평균 19.4% 감소했다. 고용량군에서는 평균 44.4% 줄었다. 운동성 평가지표는 저용량군에서 투여 전 대비 22.7% 줄었고, 고용량군에서 25.3% 줄었다. 보행 동결 부작용이 저용량에선 50% 호전됐고, 고용량에선 100% 사라졌다.”
–운동성 평가지표는 저용량과 고용량이 큰 차이가 없지 않나.
“큰 오해다. 고용량 13점 감소는 이 운동평가 방식에서 1년 만에 나올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본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진행 중인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임상시험 점수보다 훨씬 좋다. 저용량에서도 12.7 감소로 결과가 최대치에 근방까지 좋게 나온 것인데 이게 왜 문제인가. 우리가 개발 중인 치료제 후보의 도파민 세포 순도(분화율)가 99% 이상으로 다른 팀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다른 팀처럼 저용량에서 감소치가 8점대로 낮게 나와 굳이 고용량군과 차이가 벌어지는 게 좋다는 건지 반문하고 싶다. 고용량에서는 뇌 내 도파민 세포 생착이 저용량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1년 후 시간이 지날수록 도파민 시냅스(신경세포 연결) 형성이 더 많아지고, 운동성 평가 점수가 둘 사이 점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계획은.
“한국에서는 이번 임상시험이 끝나는 대로 임상 2b·3상으로 나아간다. 이와 별도로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개발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을 면제받아 2상으로 진입하는 게 목표다. 현재까지 진행한 임상 안전성·유효성 1년 데이터가 내년 2월이면 모두 나올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FDA에 임상 1상 면제를 신청하고,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 지정 신청도 할 계획이다. 내년 4월 열리는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국제학회(AD/PD 2025)에 발표자로 초청을 받았다. TED-A9에 관한 임상 연구 주요 결과를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첨생법(첨단 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년 2월 시행된다.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상했던 시기보다 빨리 환자들에게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첨생법 임상시험도 조만간 신청할 계획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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