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하는 교과서 논쟁..진보·보수 격돌예고

2013. 6. 1. 16:17시사

 

재연하는 교과서 논쟁..진보·보수 격돌예고

연합뉴스 | 입력 2013.06.01 11:30 | 수정 2013.06.01 13:45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비판하던 보수 계열 역사학자들이 쓴 교과서가 최근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해 '자유민주주의' 논란에 이어 제2의 '역사 교과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2011년 뉴라이트 인사들이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 개정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역사교과서 논쟁이 휘몰아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러한 역사관을 담은 교과서를 쓴 것이다.

 

 

이에 기존 진보 계열 학계와 언론이 파상공세에 나서면서 진보와 보수 세력 간의 한판 격돌이 펼쳐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라이트가 만든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 = 1일 역사 교과서 검정 작업을 교육부로부터 위탁받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검정심의위원회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의 본심사에서 9종 중 8종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본심사를 통과한 교과서 중에는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 권희영 회장이 주집필자로 참여한 교과서(교학사)도 있다. 이 학회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된 역사 연구를 지양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한다는 취지 아래 2011년 5월 설립된 학술모임이다.

설립 첫해인 2011년에 역사 교과서의 '민주주의' 표현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역사교과서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교과서가 8월 최종심을 통과하면 일선 고교에서는 내년부터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된 교과서를 쓸 수도 있다.

2008년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대안 교과서를 발간한 적이 있지만, 이는 단순 단행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집필한 교과서가 채택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에 앞서 한국현대사학회는 지난달 31일에는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중·고등 한국사 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회의를 열고 기존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 학술회의는 한국현대사학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자 지면에서 학회에 참석하는 학자들의 글을 인용해 "중학교 교과서들이 친일·반일, 민주·파쇼의 대립을 강조하고 보편적·헌법적인 가치 대신 이분법적 사관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자 진보 계열 언론도 이를 '역사 흔들기'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쓴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지면을 할애해 우려를 표명했다. '뉴라이트 사관'이 담긴 이 교과서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논란이 커지는 셈이다.

◇"다양성 존중해야…역사적 왜곡까지 관용할 수는 없어" = 국정 교과서 대신에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채택한 것은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이었다.

이러한 검인정 취지를 살핀다면 교과서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보수 성향 교과서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며, 실제 역사관은 다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이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미화한다는 비판에 시달리면서 이들이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독재체제 미화, 이를 위한 사실왜곡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한국현대사학회 주도로 만든 이번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8월 최종심을 통과할 때까지 대립과 논란이 끊임없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박홍갑 국편 편사부장은 "국편 검정심의위원회는 독립적인 기구로,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편향 논란을 일축했다.

박 부장은 "진보계열에서 보면 뉴라이트 계열이 쓴 교과서는 우편향됐다고 지적하고, 보수계열에서 보면 기존의 교과서는 좌편향됐다고 문제로 삼고 있다"면서 "각자의 시각에 따라 교과서를 재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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