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INLive]- 서초동에서 '신뢰'를 잃다

2014. 3. 27. 19:19진실

서초동에서 '신뢰'를 잃다

시사INLive|김은지 기자|입력2014.03.27 09:02

 

난해 11월, 유우성씨 취재로 계속 만났던 김용민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로는 불편하니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무실로 찾아가 만난 김 변호사는 종이 몇 장을 내밀었다. 중국어로 된 공문이었다. 비슷한 듯 다른 문서 두 장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김 변호사는 검찰이 재판부에 증거로 낸 문건이 조작되었다고 설명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증거 조작이라니.' 놀란 만큼 선뜻 믿기가 어려웠다. 김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발 딛고 사는 세상에 대한 신뢰 문제였다. 아무리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비판을 샀어도, 설마 증거까지 손을 댈까 하는. 증거 조작은 영화 < 변호인 > 속 1980년대에나 일어난 일이라 치부하고 싶었다. 2013년 한국 사회가 그 정도 제도화는 이루었다고 믿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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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물론 사실이라면 큰 건이었기에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리고 한 달 후. 중국 정부의 공식 회신이 왔다. 검찰이 낸 서류는 가짜였다. 재판부에 조작된 증거를 낸 것이다. 검찰은 수사팀을 꾸렸고 자체 조사에서도 위조되었다는 단서를 수집했다. 이 일로 현재 국정원 요원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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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검사들이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주어를 바꾸어 증거를 조작한 이가 '과학자'나 '기자'라면 억대의 소송과 형사처분까지 각오해야 할 엄청난 스캔들이 어째 검찰청 앞에서만은 이렇게 조용한 걸까. 이 또한 청산해야 할 과거이련만.

아무리 국정원이 증거를 구해오고 증인을 데려왔다고 하더라도, 모든 공소의 책임은 검찰이 진다. 검찰은 증거를 수집하고 검증한 다음, 그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에 부친다.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에게는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 기소권을 국정원에 떼어줄 게 아니라면, 국정원에 책임 전가는 곤란하다.

지난 2월 검찰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중국 정부의 회신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번 사례뿐일까'였다. 유우성씨의 경우는 변호사와 본인의 일가친척이 모두 달라붙어 검찰이 낸 증거를 검증한, 드문 경우였다. 국가기관이 낸 증거라 맞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수많은 사건 중에 혹시 다른 피해자는 없었는지 의심이 샘솟았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잘 회복이 되지 않는 탓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검찰에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다. 제발 검찰이 제 식구까지 제대로 수사를 해서 무너진 신뢰를 그나마 회복시켜주길. 벼린 칼이 부디 자신에게도 공평하게 휘둘러지길.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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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문서 증거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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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코너에 몰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위조 의혹' 사건에서 법원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 3건에 대한 증거신청을 철회했다. 문서 3건이 위조됐다고 ...세계일보|2014.03.2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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