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 제대로 알고 드십니까?

2015. 1. 4. 15:50건강정보

[Dr.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머니투데이|입력 : 2015.01.03 07:14 

[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아스피린, 제대로 알고 드십니까?

연세 조홍근 내과 원장

 

[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아스피린, 제대로 알고 드십니까?

조홍근원장프로필

 

아스피린은 발견된 지 약 100년이 넘은 약입니다. 처음에는 진통, 해열제로 쓰이다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피떡 발생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심장병, 뇌졸중 예방 및 치료약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스피린을 심장약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있다면 아스피린은 꼭 먹어야 하는 약입니다. 아스피린의 이익이 위장출혈 등의 부작용보다 훨씬 크고 생명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든 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며 현재도 꼭 지켜야 하는 치료의 지침입니다. 200개 정도의 연구 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심장병 위험을 약 20퍼센트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환자들의 아스피린 복용은 거의 신성불가침입니다.

그런데 외관상 건강하거나 단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또는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한때 아스피린은 심장병, 뇌졸중 예방의 특효 내지는 신비의 명약으로 알려져 심장병과 뇌졸중 환자뿐만 아니라 멀쩡한 사람들까지 심장병 예방을 위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말,미국과 영국의 건강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있었습니다. British Doctor's Trial과 Physician's Health Study가 바로 그 연구인데 아스피린을 먹는 쪽이 안 먹는 쪽보다 심장병, 뇌졸중이 덜 발병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연구는 건강한 사람도 아스피린을 먹는 것이 먹지 않는 것보다 심뇌혈관질환에 좋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지속되어 질환이 없는 사람이나 고혈압 정도만 있는 사람도 보험 드는 기분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연구가 거듭될수록 외관상 건강한 사람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며, 오히려 아스피린의 부작용이 더 커서 먹지 않는 것이 낫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피를 잘 굳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위점막의 방어기능을 약화시켜 위장출혈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위출혈의 결과는 의외로 심각하여 응급실로 실려가는 경우도 많고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과거에는 혈관에 좋은 약이 별로 없었습니다. 고혈압약과 아스피린 등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다른 대안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고지혈증약인 스타틴이 출현합니다. 스타틴은 고지혈증 치료제이면서 탁월한 심혈관질환 치료제이자 예방약입니다. 이 약이 등장하자 아스피린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집니다. ‘스타틴 복용 중인 사람이 아스피린을 먹는다고 더 좋은가? 아니면 별 효과가 없는가?

여러 연구에 의하면 심장병, 뇌졸중이 있는 사람은 스타틴을 복용한 상태에서 아스피린을 더 복용해도 추가로 더 이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환자들은 스타틴과 아스피린을 모두 복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지 고지혈증약만 복용하는 상태에서 아스피린을 더 먹어 보았자 추가적인 이익은 없다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즉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그리 크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틴을 먹는다면 아스피린은 불필요합니다. 마치 환한 대낮에 플래시를 켜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전 일본에서 이루어진 따끈따끈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연구명은 Japanese Primary Prevention Project(JPPP)입니다. 심장병과 뇌졸중은 없으나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또는 고혈압이 있는 60세 이상의 일본인 환자 14,5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그룹을 반으로 나누어 아스피린 100mg을 매일 처방했을 때 처방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아스피린이 유익하고 안전한지 검증하는 목적이었습니다.

약 5년 동안 진행된 이 연구의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심뇌혈관 사건 발생률은 2.77%였고 비복용군은 2.96%였습니다. 두 군 모두 심뇌혈관 사건이 적었고 아스피린을 먹으나 먹지 않으나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아스피린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스피린의 부작용인 뇌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0.86%, 비복용군은 0.51%였습니다. 아스피린의 복용이 뇌출혈의 위험을 85% 가량 유의미하게 높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심장병, 뇌졸중이 없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이 있는 60세 이상의 일본인 환자에서 아스피린 복용은 이익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증가시킨 것입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독 아스피린에 의한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에 약한 편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인에게서 아스피린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로써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외관상 건강한 사람이 단지 심장병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심장병, 뇌졸중 병력이 없으면서 단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이 있다면 아스피린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클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치의와 꼭 상의해야 합니다. 아스피린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다른 치료약의 효과가 훨씬 크고 탁월하기 때문입니다.심장병, 뇌졸중이 있다면 특별한 금기가 없는 한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