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실 근처에서 해경과 함께 막판에 옮겨
구조 시급한 상황에 ‘이상 행동’
수사·재판 과정에선 한번도 언급 안돼
다큐 <인텐션> 제작 중인 김지영 감독이 발견
“운항기록장치 은폐 가능성…실체 밝혀야”
한겨레TV의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이경주 피디, 박연신 작가)를 통해 18일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선장 등 다른 선원들이 해경 123정으로 옮겨탄 뒤에도,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근무했던 박한결 삼등항해사, 조준기 조타수 그리고 해경 박아무개 경장이 조타실 주변 갑판에 남아 검은색으로 보이는 물체 두 개를 다루는 장면이 등장한다. 모든 선원들이 빠져나간 이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조 조타수는, 박 경장이 벗어준 해경 구명조끼를 입고 박 경장과 함께 바닷물에 뛰어들어 일반 승객들에 섞여 구조된다. 당시 해경 123정이 주변에 있었고, 해경의 고무단정이 주변을 오가는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하면서 시민들 성금으로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제작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그동안 공개됐던 현장의 여러 영상들의 시간대를 맞추고 정밀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이 선원들과 박 경장의 수상한 행적을 확인했다. 김 감독은 “영상만으로는 이 검은색 물체 두 개가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세월호의 운항기록과 관련한 자료나 저장장치일 가능성이 있다”며 “승객을 구조하는 데에 전념해야 할 급박한 순간에 해경과 선원들이 세월호 조타실에서 반드시 가져와야 할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원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의문의 물체가 드러남에 따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이 앞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원들을 먼저 구조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일반 승객인 줄 알았다”던 해경 쪽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오히려 해경이 선원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먼저 구조에 나섰으며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힐 수 있는 뭔가를 감추는 데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김어준의 파파이스#66] 세월호 선원과 해경, 공모하다
이슈-세월호 침몰 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