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하루 1번 맞던 주사 월 1회로…

2015. 12. 16. 21:20 신 바이오. 의학

◆ 한미약품 ‘신약 수출 신기원’, 매출 20% ‘R&D 투자’ 결실

 입력시간 : 2015-12-16 (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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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약서 신약으로 중심이동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산업 사상 최대 규모인 4조8344억 원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은 국내 제약산업이 내수 중심의 복제약에서 수출 중심의 신약으로 주무대를 바꾸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차별화된 전략만 있다면 한국도 충분히 세계에 통할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세계 4위 제약사인 프랑스 사노피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3종의 당뇨 치료 신약에 대한 전 세계 시장 판권을 획득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당뇨 치료제는 약효 물질 자체는 기존에 개발된 것이지만 약효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통 하루만 유지되던 약효를 최장 1개월까지 유지할 수 있게 했다.

 

현재 3가지 약은 해외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은 “우리가 개발한 약효 지속 기술은 어느 약에도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자체 개발한 약이든, 외국에서 개발한 약이든 약효를 늘려 전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들이 탐낼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은 연구개발(R&D)에 돈을 쏟아 부은 덕분이다. 한미약품은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특히 작년엔 매출의 20%를, 올해 상반기엔 매출액 4592억 원의 21%인 946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국내 10대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평균은 8%에 그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하기보다 특허가 만료된 해외 신약의 복제약을 생산해 국내 판매하는 사업에 의존해왔다. 올 상반기 상위 20대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이 13%에 불과했다. 근대 제약산업 역사가 100년이었지만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작년에서야 처음 등장했을 정도다. 세계 100위권에 드는 제약사도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약가(藥價) 인하정책과 업체 간 중복 투자로 복제약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러자 일부 상위권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R&D 투자로 신약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 녹십자· 보령제약 등도 성과

 

녹십자는
올 1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구로부터 수두 백신 7500만 달러어치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도 2900만 달러어치 독감 백신을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보령제약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 신약으로 멕시코 시장에 진출했고, 1년 만에 순환기내과 처방 1위에 올랐다.

 

한미약품은 이번 기술수출에 앞서 지난 3월과 7월에도 대규모 기술수출을 했다. 이번 당뇨 신약까지 모두 제품화에 성공하면 총 6조5000억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물론 신약 후보 물질 10개 중 1개만이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을 만큼 신약 개발의 확률이 낮아 계약금만 받고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 상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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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팟 터뜨린 ‘한미약품’…비결은 ‘지속적인 R&D 투자’
  이관순 대표 “오랜 준비가 대형 계약 핵심 요소”
 
7조 원 규모의 연이은 수출 계약로 ‘잭팟’을 터뜨린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R&D 성과를 얻기까지 지속적인 투자와 인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한미약품은 비용이 더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줄곧 연구개발(R&D)를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이관순 대표는 19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제약산업 공동 콘퍼런스(KPAC) 2015’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미약품은 올해 5차례에 걸쳐 사노피,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인 제약사를 상대로 총 계약 규모 7조 원이 넘는 대형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관순 대표는 “처음부터 세계를 노리다 보니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며 “갑작스레 더 뛰어난 경쟁 기술이 나타나는 등 예측 못한 장애물에 개발을 일시에 중단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고 과거 실패를 떠올렸다. 

 

이관순 대표는 “(적자를 본) 2010년, 2011년께에는 한미약품에 정체기가 찾아왔지만 신약 개발을 1년 늦추면 가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는 신념으로 R&D를 줄이지 않고 유지, 확대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이어진 꾸준한 투자가 결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관순 대표는 “딜(계약)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랜 사전 준비가 대형 계약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신약의 효능을 밝히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세계적인 학술대회 일정에 맞춰 발표하면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집중돼 협상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 모건 보건의료 콘퍼런스, 미국 당뇨병학회, 암학회 등에서 때에 맞춰 과학적인 데이터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또 앞으로 중국시장이 전세계 의료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며 한미약품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한미약품이 총 24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며 “마치 파이프라인이 이제 다 팔려서 더 팔 것이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개발과 수출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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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바이오 신약! 전 세계가 주목하다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다양한 신약들이 세계학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미약품의 표적항암제 ‘HM61713’이 미국에서 열린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국내 개발 항암신약 최초로 구연발표를 하는 성과를 거뒀다.

항암제의 부작용 개선… 글로벌 시장 정조준
한미약품은 대한민국 최초 글로벌 신약 창출을 목표로 현재 약효지속, 투약용량 최소화 컨셉의 바이오신약과 내성이 생긴 암환자 또는 부작용에 노출된 암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항암제 등 20여건의 치료제를 국내외에서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암에 걸린 주인공이 치료 도중 머리가 빠지고 피부발진 및 구토 등으로 힘들어하는 장면을 본적 있을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런 항암 치료제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항암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암에 효과를 보이는 표적항암제 ‘HM781-36B’, EGFR변이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 ‘HM61713’, 美 카이넥스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다중 표적항암제 ‘KX2-391’ 등이 현재 미국?유럽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이용한 다양한 당뇨치료제(일명: 퀀텀(Quantum) 프로젝트)는 한미약품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 월 1회 투약을 목표로 개발 중인 LAPSCA-Exendin4, 세계 최초 주1회 투약 가능한 인슐린 제제 LAPSInsulin과 LAPSInsulin 115, LAPSInsulin과 LAPSCA-Exendin4를 복합한 LAPSInsulin Combo 비롯해 당뇨와 비만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신개념 치료제 LAPSGLP/GCG 등이 현재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임상에 돌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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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해결
최근 한미약품의 개발 중인 항암?바이오신약의 임상 결과들이 미국, 유럽에서 개최된 글로벌 학회에서 발표돼 관련 분야 임상전문가, 전 세계 제약 연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먼저, 표적항암제인 HM61713은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구연발표되면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미약품의 HM61713은 아스트라제네카, 클로비스 등 대형 글로벌 제약기업이 개발 중인 폐암 치료제들과 더불어 폐암부문 주요 심포지엄(주제 : EGFR 타겟항암제 향후 10년) 세션에서 구연연제로 채택됐다. 이는 국내 개발 항암신약 중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HM61713은 치료제에 내성을 보인 폐암환자 75%에서 질환 조절효과를 나타내고 이중 29%에서 실질적 종양감소 효과를 보이며 현재 EGFR 돌연변이 양성 폐암환자의 표준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1세대 약물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전세계 1만5천명 이상의 당뇨병 관련 전문가가 참석하는 국제당뇨학회 ADA(6월13일~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LAPSCOVERY)’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바이오신약들이 소개됐다. 

 

세계 최초 월 1회 투약을 목표로 개발 중인 당뇨치료제 LAPSCA-Exendin4는 설치류와 원숭이 및 제2형 당뇨환자 대상을 진행한 미국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들 보다 장기 투여시 약물 항체 생성을 유발할 수 있는 면역원성 반응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LAPSCA-Exendin4는 지난 2013년 ADA에서 기타 경쟁제품 비해 긴 약효 지속시간과 우수한 혈당강화 효과를 발표한데 이어,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항체 발생 가능성까지 낮춘 우수한 당뇨신약 후보물질임을 입증했다고 한다.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를 목표로 하는 인슐린제제 LAPSInsulin과 LAPSInsulin 115 또한 우수한 혈당 강화 효과 및 긴 약효 지속시간을 나타냈다. 특히 LAPSInsulin 115은 LAPSCA-Exendin4와의 함께 투여했을 때 우수한 혈당조절 능력과 체중증가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주 1회 투약을 목표로 개발 중인 당뇨?비만 치료제 LAPSGLP/GCG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세포 내 지질이 감소되고 인슐린 분비능력 및 민감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 세계 최초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해결하는 글로벌 신약 탄생을 예고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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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개발 치열한 경쟁… 누가 뒤를 이을까
  종근당 JW중외제약 동아ST, 연구개발비 투자 늘려

 

한미약품이 5조 원대의 신약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회사들의 주가도 앞으로 신약개발의 성공에 따라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한때 복제약(제네릭)을 전문으로 하는 내수기업에 불과했지만 신약개발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수출계약이 알려지면서 국내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 전체매출의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올해 상반기 기준)

한미약품 : 20.6%인 946억 원

LG생명과학 : 20.5%인 383억 원

종근당 :  14.2%인 409억 

대웅제약 : 11.9% 470억 원,

녹십자 : 10.7% 446억 원,

일동제약 : 10.6% 233억 원.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종근당, JW중외제약, 동아ST가 한미약품과 같은 방식으로 기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임상시험 323건 가운데 19건을 차지해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약회사로 꼽힌다.

JW중외제약도 표적항암제 개발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동아ST는 천연물 성분의 당뇨병성신경증 치료제 연구개발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2000년대 중반까지 외국 제약회사의 복제약을 국내시장에 판매하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메디톡스 같은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수출기업으로 대두되고 정부가 2000년 대 후반부터 약값인하와 리베이트규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신약개발은 제약업계의 화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