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압수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최순실씨에게 보낸 청와대 문건에 대한 최씨 의견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순실씨가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최소 10회 정도 청와대에 무단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11일 그간 논란이 됐던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청와대 문건유출 상황과 최씨의 청와대 방문 등에 대해 그동안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10월29일 정 전 비서관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 피시(PC) 등 9대의 모바일 기기 중 2대의 휴대전화에서 녹음파일 236개를 복구했다. 이중 정 전 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 최씨의 3자 대화는 11개 파일 5시간여 정도 분량이었고,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대화도 3개 파일 47분51초 정도의 분야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면 최씨가 전화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박 대통령과의 대화는 대통령에게 업무지시 받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청와대 문건을 주고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2012년 11월20일부터 2014년 12월9일까지 메일을 통해 자료를 보낸 뒤 문자로 전송 사실을 알렸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2년 동안 약 237회에 걸쳐 청와대 문건이 최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건에는 초대 장·차관 등 고위직 인선 자료와 외교 안보 관련 기밀 등이 망라됐다. 이미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기소할 때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최씨에게 청와대 비밀문서를 건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적용한 바 있다.
최순실씨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2013년 3월부터 11월 사이 최씨가 청와대 행정관 차를 타고 10여 차례 무단으로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청와대 출입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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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태블릿피시 최순실 소유 맞다” 최종 결론
등록 :2016-12-11 19:31수정 :2016-12-11 20:06
최씨, “내 것 아니다” 강력히 부인했으나
최씨가 2013년 독일 방문 때 피시로 외교부 문자 전송돼
제주 방문 때도 통신 기록 일치
검찰은 11일 최순실씨의 실소유 여부가 논란이 됐던 태블릿피시에 대해 “최씨 소유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앞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태블릿피시를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언론이) 남의 피시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태블릿피시가 최씨 소유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해외에서의 통신 기록 △제주도에서의 통신 기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의 통신 기록 등을 분석해 태블릿피시를 최씨 소유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2년 7월과 2013년 7~8월 사이 독일을 방문했는데, 당시 태블릿피시로 외교부 영사콜센터 안내 문자와 독일국제전화 로밍 안내 서비스 등의 문자가 전송됐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가면 외교부는 본인 소유의 통신 기기로 긴급상황 발생 시 전화를 걸 수 있는 안내 전화번호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최씨의 독일 방문 기간 중에 문제의 태블릿피시로 이 문자가 전송됐다는 것은 최씨 소유의 태블릿피시로 볼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이다. 태블릿피시는 전화통화는 안 되지만 문자 송수신 기능은 가능하다. 더욱이 최씨는 당시 이 태블릿피시로 “담주(다음주) 초에 이 팀하고 빨리 시작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사무실 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씨는 2012년 8월14~16일 제주도를 방문했다. 최씨는 8월15일에 서귀포시에 있는 조카 장시호씨 소유의 빌라 인근에서 이 태블릿피시로 인터넷에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최씨가 찍은 사진들도 피시 안에서 다수 발견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문자메시지도 이 태블릿피시에서 발견됐다. 정 전 비서관의 “보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데, 이는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발송 기록과 일치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최씨 소유 회사인 더블루케이의 사무실에 있는 고영태씨가 쓰던 책상에서 이 태블릿피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태블릿피시가 책상 서랍에 남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최씨에게 건네진 국정 관련 문건은 총 18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최씨의 테블릿피시보다 최씨의 주거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컴퓨터 외장하드에 더 많은 문건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테블릿피시에는 모두 50건의 문건이 들어있었지만, 최씨의 외장하드에는 119건의 문건이 들어있었고 여기에는 초대 장·차관 인사 등 인사자료 등 국정 핵심 사안을 포함한 내용들이 담겼다.
장차관 인사 자료는 청와대 공식 발표 전에 가안 형태로 최씨에게 건네졌다. 또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과 달리 정권 중반 이후에도 문건은 계속 유출됐고, 심지어 올해에도 6건이 최씨에게 건네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통화 파일과 함께 결정적 증거가 된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은 모두 17권, 510쪽에 이르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손바닥만한 이 수첩에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앞쪽에는 청와대의 일상적 회의 내용을 기재하고, 뒤쪽에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상세하게 적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 메모 내용은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한편 이번 수사의 핵심 증거 중 하나로 꼽혔던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총 17권에 510쪽에 달하는 분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첩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 지시사항이 날짜별로 적혀있었고, 안 전 수석이 청와대 회의내용과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손바닥 크기의 안 전 수석의 수첩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됐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