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병우가 압수수색 막았던 해경 서버 녹취록 보니
2016. 12. 20. 21:48ㆍ진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4년 검찰의 ‘세월호’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면서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을 막으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압수수색을 막으려고 했던 해경 서버에는 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그 안에는 청와대와 해경 본청 핫라인 통화내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청와대는 애초 “언론의 ‘전원구조’ 오보로 인해 청와대가 오후까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서버에 남아있던 통화내용은, 청와대가 보도 4분 뒤 해경을 통해 오보였음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경이 2014년 검찰과 국회에 스스로 제출한 통화기록을 보면, 사고 당일 오전 11시3분 <와이티엔>(YTN)이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보도하고 4분 뒤인 오전 11시7분 청와대는 해경에 연락해 “학생들이 다 구조됐다고 나오는데 인원은 아직 안 나왔냐”고 묻자 해경 쪽은 “파악이 안 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20여분 뒤인 오전11시29분 청와대는 해경과의 통화에서 구조인원이 161명이라는 보고를 받고 “161명이면 나머지 한 300명이 배에 있다는 것이냐”고 거듭 확인하며 여전히 선체 안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40여분 뒤에는 현장 상황으로 인해 해경이 제대로 수색작업을 펼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보고됐다. 낮 12시12분께 청와대는 해경에 전화해 “선박 수색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냐”고 묻자, 해경 쪽은 “(사고 지역이)우리나라에서 조류가 가장 센 곳”이라며 “배가 현재 현장에 도착해 준비중에 있는데 들어가기가 아주 힘들다”고 보고했다. 청와대는 오후 1시께 대통령이 보고받은 “370명 구조” 역시 잘못된 보고임을 15분만에 인지했지만 80분이나 침묵하고 있었다. 오후 1시4분 해경 본청은 청와대에 “현재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370”명이라고 잘못 보고했다. 청와대는 바로 박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15분 뒤인 1시19분 해경은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인원수가 차이가 있다”고 정정했고, 오후 2시24분에는 “310명이 선체 안에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통령 보고는 3시가 다 돼서야 이뤄졌고, 박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혼란은 외부 탓이 아닌 자신들의 무능 때문이었다. 만약, 이 녹취록이 없었다면, 사소한 사실관계조차 일단 속이려드는 청와대의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은 해경이 스스로 정리해 국회에 제출한 일부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 일부일 뿐이다. 해경은 여전히 굉장히 많은 기록을 국회와 세월호특조위에 제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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