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6. 23:10ㆍ시사
"朴, 삼성 합병 성사 지시.. 국민연금 1388억 손해에도 찬성" / 朴대통령측·삼성 반발 입력 2017.03.06 22:10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특검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이라며 “국론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국정농단 사실이 조각조각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70일) 만료 후 수사기간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음에 따라 이 같은 목표를 100%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에서 ‘절반의 성공’이란 표현을 썼다. 앞서 특검팀이 주요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길 당시 수사결과 대부분이 공개됐으나 이번 발표에선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도 제법 눈에 띄었다.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처음 드러난 사실 위주로 주요 사건 내용을 정리했다.
◆삼성 이익에 봉사한 국민연금 특검팀은 우선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 과정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에 따르면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5년 6월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당시 합병에서 사실상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 여부 결정에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제치고 내부 투자위원회가 찬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위 개최 요구가 있었지만 홍완선(61·불구속 기소)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수사결과다. 삼성 측이 발표한 비율에 따라 합병이 이뤄지면 국민연금에 최소 1388억원의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홍 전 본부장 등은 합병 시너지 효과를 조작한 분석자료까지 만들어 찬성 투표를 유도했으며, 결국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 등 삼성 대주주에게 최소 8549억원의 이익을 안겨줬다고 특검팀은 전했다. 합병 성사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한걸음 다가선 삼성은 이를 가능케 한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씨 측에 대한 물질적 보상에 나섰다. 두 사람이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에 필요한 명마 구입 등에 210억여원을 쓰기로 약정했다. 최씨 조카 장시호(38·〃)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여원을 흔쾌히 후원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건넨 뇌물 총액을 433억원으로 산정했다. ◆친정부 보수단체에 68억원 지원 특검 수사에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과 별개로 ‘집중지원명단’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지시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경련을 통해 총 68억원을 보수단체에 지원했다. 청와대는 2014년 전경련 임직원들에게 직접 단체별 지원금 액수를 지정해 활동비를 지원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이 3년간 삼성, LG, 현대차, SK 등 대기업에서 걷어 보수단체 지원에 쓴 돈은 무려 6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시민단체가 전경련의 보수단체 자금 지원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뒤에도 이 같은 지원은 같은 해 8월까지 계속됐다고 특검팀은 전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팀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덕(60)·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박 대통령도 직권남용 공범으로 입건했다. 박 특검은 “연간 2000억원 규모의 국가 문화 보조금을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해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며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움직여 은행 인사도 좌우 최씨는 삼성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은 물론 민·관의 각종 인사와 이권 등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최씨 부탁을 받고 최씨 측근인 이상화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의 초고속 승진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박 대통령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이 KEB하나은행에 직접 전화해 이씨의 승진을 요구하자 KEB하나은행은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이씨를 일약 본부장급으로 승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개입해 수억원대 이권을 챙기는가 하면 측근인 유재경씨가 특임공관장으로 선발돼 주미얀마 대사로 임명되도록 힘을 쓰기도 했다고 특검팀은 전했다. 특히 유 대사는 기업인 출신으로 외교 경험이 전혀 없어 최씨의 국정농단이 문화·체육은 물론 외교까지 안 미친 분야가 없음을 짐작하게 한다. 최씨는 딸인 정씨의 입시 및 학사비리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정씨가 2015년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하고 이후 학점 취득 등 학사관리 전반에서 특혜를 받는 과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 특검팀은 정씨의 부정입학 등을 주도한 혐의로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김경숙(62)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51·필명 이인화) 교수 등을 구속기소했다. 다만 학사농단의 장본인인 정씨는 현재 덴마크에 머물며 귀국을 거부하고 있어 특검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덴마크 검찰은 한국 정부의 범죄인인도 청구에 따라 조만간 정씨를 한국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정씨는 송환 결정이 나더라도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끝까지 버틸 작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일가 2230억원대 부동산 확인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재산과 관련된 사항을 망라해 총 28개의 의혹사항으로 정리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이를 위해 대법원, 국세청, 국가기록원 등으로부터 수많은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했으며 국세청 출신의 역외탈세 전문가까지 투입했다.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내역 규명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은 사람만 94명에 달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의 부동산은 36개, 신고가 기준으로 약 228억원에 이른다. 특검팀은 최씨가 임의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한 상태다. 언니 최순천, 최순득씨 등 최씨 일가의 부동산은 총 178개로 시가 기준 2230억여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박 대통령 사저도 최씨가 구입해 박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일종의 뇌물에 해당할 수 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특검팀은 밝혔다. 박 특검은 “현재까지 최씨 일가의 재산 보유 상황 조사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으나 불법사항이 있는지, 은닉한 재산이 있는지 등은 조사가 완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최씨, 새벽에 대포폰 통화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영선(38)·윤전추(38) 두 청와대 행정관의 도움으로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를 만들어 지난해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573회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최씨는 국정농단 의혹 보도 직후인 9월3일 독일로 출국한 뒤 10월30일 귀국하기 전까지 두 달 동안 127회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은 심지어 새벽 1시에도 청와대 관저에서 최씨와 대포폰으로 통화했다”며 둘의 대포폰을 ‘핫라인’으로 규정했다. 이 행정관은 공식 주치의나 자문의가 아닌 의사는 물론 ‘주사 아줌마’나 ‘기치료 아줌마’로 불리는 무자격 의료인까지 청와대로 무분별하게 들여보내 박 대통령을 진료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전후해 언론에 보도된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근거로 비선진료 의혹을 집중 파헤쳤다. 같은 해 4월15일 사진에는 없었던 주삿바늘 자국이 4월17일과 21일 찍힌 사진에 생긴 점 등을 근거로 비선진료 의사들을 추궁했다. 그 결과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55) 원장이 2013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최소 14회 청와대 내 관저를 몰래 방문해 5회 이상 보톡스 등 미용시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58) 교수도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필러, 보톡스 등 시술을 3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대통령에 대한 공적 의료체제가 붕괴된 대표적 사례”라고 탄식했다. ◆ “태생적 위헌인 특검의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6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공범’ 관계라고 밝힌 최종 수사결과를 놓고 박 대통령 측은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라며 반발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이날 A4용지 51쪽 분량의 입장자료를 내고 특검이 ‘경제공동체’로 정의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및 뇌물 수수, 비선의료 및 특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특검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모두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법원에서 부자지간에도 인정하지 않는 경제적 공동체 개념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적용하면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구매에 대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처럼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1990년 소유하고 있던 장충동 주택을 매각한 비용으로 삼성동 사저를 구입했고 일명 ‘의상실 비용’도 전액 사비로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도 유 변호사는 종전처럼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며 “대기업 회장들에게 그저 문화·체육 분야 관련 공익사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 적은 있으나 출연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단 1원의 재산상 이익도 취득한 사실이 없음에도 특검은 추측과 상상에 기초해 무리하게 대통령을 재단의 공동운영자로 단정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될 수 없는 근거로 삼성 측이 최씨 소유의 독일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에 213억원 지원 내용을 담은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이나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게 말 3필을 사준 사실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 역시 “대통령이 어떠한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보고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차명전화(일명 대포폰)를 이용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청와대) 부속실 직원이 소지한 보안폰으로 몇 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차명폰을 소지하고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특검팀을 거칠게 비난했다. 유 변호사는 “박영수 특검은 태생적으로 위헌적이고 정치적인 특검이어서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부 피의자로부터 자백 강요와 폭언을 당했다는 주장 등을 종합해보면 특검 수사는 목표를 정해놓고 진행한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됐던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합의했던 특검이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녹화를 주장해 결렬된 것”이라며 특검 측에 책임을 돌렸다. 삼성 측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특검의 수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 측은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삼성은 결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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