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0. 10:47ㆍ인물
우리나라의 국립묘지,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항일 투쟁의 공로를 인정받은 한 외국인이 안장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그 인물을 얼마나 기억할까? 해당 국가의 언론들은 그 인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수소문한 끝에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선생의 손녀 김에밀리씨를 만났다. 손녀도 이미 84세의 노인이다. 손녀는 다행히 선생의 귀중한 유품 몇점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 백추 김규면 선생 못지않게 젊은 독립군 대원들의 애잔한 사연이 가슴 먹먹하게 기억되는 것은 어쩐 일일까? 내년 8.15때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봐야겠다. 하준수기자 (ha6666js@kbs.co.kr)
■ 러시아 '현충원'에 안장된 유일한 한국인
백추 김규면 선생을 취재하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백추 김규면 선생은 모스크바의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안장돼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흐루시쵸프 전 서기장,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 고골리 등 러시아의 국가적인 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국립 현충원 같은 곳이다. 일반인의 매장은 금지돼 있다.
이런 곳에 안장된 한국인은 어떤 인물일까? 선생의 벽면 묘지에는 "극동에서 소비에트 권력을 위한 투쟁에 참가했다"라는 짤막한 문구가 적혀 있다. 그 투쟁이란 것은 또 무엇일까?
선생은 이만 전투에서 숨진 독립군 대원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러시아어로 기록해 놓았다. 윤동선, 두병옥, 김흔권, 김덕근, 엄두선, 이봉춘, 최칠팔....
다소 투박하기 조차한 조선 이름들이 빛바랜 노란 종이 위에 적혀 있었다.
선생은, 이역만리에서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숨져간 젊은 독립군 대원들의 죽음이 그토록 애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훗날 누군가 그들의 이름이라도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한명 한명 그들의 이름을 적어서 러시아 극동의 박물관에 맡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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