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선, “검증된 치료 받아야”

2017. 12. 29. 22:14건강정보

건선, 치료 약 좋아지고 보험 혜택 늘어...



지난 19일 명의와 의학기자가 함께하는 헬스조선 건강 토크콘서트 '건강똑똑'이 포스코 P&S 타워에서 열렸다. 주제는 '건선 똑똑하게 알고, 똑똑하게 치료하자'였다. 강연은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가 맡았다. 이날 강연에는 건선 환자나 보호자를 비롯해 건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사전신청을 통해 참여해 강연을 열심히 들었다. 강연 후에는 헬스조선 이금숙 기자가 최용범 교수와 토크쇼를 진행하며 건선에 관한 궁금증을 직접 풀어줬다.


        

        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가 건선에 대한 강의를 하는 모습./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이번 토크쇼에는 30대부터 80대까지 232명이 참가했으며 참석자들은 강연 내용을 필기하고 강연 후에 질문을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보였다. 최용범 교수는 1시간 20분 동안 건선에 대해 심도 있는 강연을 했다. 최 교수는 "건선은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환자의 80% 이상이 자신이 건선을 앓고 있는지 모르고, 민간요법 등 검증이 안 된 치료에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건선 강의를 통해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건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건선 강의 후 최용범 교수(오른쪽)와 헬스조선 이금숙 기자가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모습
건선 강의 후 최용범 교수(오른쪽)와 헬스조선 기자가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모습./김지아 헬스조선rl








◆건선은 면역이상 질환


건선은 단순히 피부에만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면역계가 과민반응하면서 피부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면역계가 피부를 지나치게 자극하면서 피부에 홍반, 각질, 피부 두꺼워짐 등의 건선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심혈관질환이나 건선관절염이 동반질환으로 발병할 수 있다.  건선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고, 건선관절염은 건선 환자의 10% 내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80%가 판상건선이다. 판상건선이란 피부에 경계가 분명한 붉은색의 판상 형태로 나타나는 건선으로, 은색의 각질이 피부를 덮는 것이 특징이다. 건선 유병률은 국내의 경우 3%로 추정되며, 환자수는 약 15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선은 20대에 가장 환자가 많다.


건선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최용범 교수는 "건선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피부외상, 감염, 스트레스, 차고 건조한 기후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돼 생기는 면역 이상 질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선은 각질이 많아 주변 사람이 피부를 만지기만 해도 옮는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건선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


건선은 안타깝게도 평생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최용범 교수는 "건선 환자의 30%는 노화 등의 이유로 건선이 사라지기도 한다"며 "그러나 많은 수의 건선 환자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선은 건선을 악화 시키는 요인을 피하는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건선은 피부 자극, 흡연과 음주, 차고 건조한 기후에 악화된다.  최 교수는 "비만인 경우에는 약물 사용이나 부작용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체중 조절을 해야 하며, 감기 같은 감염질환은 면역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일반적인 약물 복용도 건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고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선 치료에는 단계적인 치료가 있다. 보습제와 바르는 약(국소스테로이드, 비타민D3 유도체 등)을 모든 환자가 기본으로 사용하고, 증상이 낫지 않으면 광선치료를 시도해본다. 광선치료는 건선 치료에 도움이 되는 파장(311nm)의 자외선을 선택적으로 피부에 조사하는 치료이다. 광선치료는 어린이나 임산부도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며, 건선 약을 먹지 않아도 되고, 체내 비타민D가 만들어지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주 2~3회, 적어도 한 달 반 이상은 꾸준히 치료를 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치료법, 생물학적제제 등장


바르는 약, 광선치료에도 효과를 못 본 건선 환자는 먹는 약(아시트레틴,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을 쓴다. 이런 먹는 약은 건선이 급성으로 악화됐을 때 빨리 호전되는 효과가 있고, 약의 작용시간이 길어 병원에 자주 안와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간, 신독성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어 복용 전과 복용 후에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해야한다.  최용범 교수는 "건선 치료는 단일 약제를 장시간 사용하면 내성이나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여러 약제나 치료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순환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먹는 약에도 효과가 없고, 간염, 고혈압 등의 내과질환으로 먹는 약을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화학적 합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약이 아닌 세포나 조직에서 만든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약이다. 생물학적제제는 효과가 좋을 뿐만 아니라 한 약제를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비용이 높은 편이라 환자들이 좋은 효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사용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6월 중증 건선이 산정 특례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본인부담률이 60%에서 10%로 경감했다. 산정 특례 혜택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중증 건선 진단을 받아야 한다. 중증 건선은 3개월 간 먹는 약을, 3개월간 광선치료를 모두 받았거나, 이 중 한 가지 요법에 금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다른 요법으로 도합 6개월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체표면적의 10%(손바닥 크기가 1%) 이상에서 건선이 나타나고 중증도 점수(PASI)점수가 10점 이상인 경우에 산정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용범 교수는 "현재 효과가 좋은 생물학적제제가 여러 종류가 나와 있으므로, 피부과 치료를 꾸준히 받는 중증 건선 환자는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건선은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생 치료와 관리를 해야 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고, 단시간에 완치를 시킨다는 병원이나 민간요법, 건강식품 등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