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5. 21:28ㆍ 신 바이오. 의학
노화세포 제거·질병유전자 바꿔 수명연장..과학으로 찾은 '新불로초' '평균 100세 시대' 앞당기는 첨단 장수연구 세계 곳곳서..과학계 "인간수명 한계없다" ◆ 과학이 이끄는 호모헌드레드 / ① 과학 장수불로초 ◆ 79세와 85세. 올해 한국에서 태어난 남자·여자 아기가 살 수 있는 '기대수명'이다. 1970년 61.9세였던 기대수명은 불과 반세기도 되지 않아 80세를 넘어섰다. 의료·과학기술 발전으로 이제 인류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장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류 수명에 한계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150세까지도 거뜬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장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장수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총 4회의 호모헌드레드 시리즈 중 1~2회는 노화세포 제거, 유전자 조작, 3D프린팅 장기, 젊은 피 수혈, 텔로미어 연장, 장수동물 연구 등 인간의 시계를 되돌리기 위한 기발한 장수 연구에 대한 내용이다. ◆ 노화세포 제거 우리 몸의 세포는 수시로 분열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낸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속에는 40~50번의 세포 분열 후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는 노화세포가 쌓이게 된다. 면역 시스템이 정상이라면 노화세포를 침입자로 인식해 제거하지만 노화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체내에 노화세포가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노화가 발생한다. 김채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노인성 질환 역시 노화세포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이 같은 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물질 UBX0101을 노화 방지를 연구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기술이전했다.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UBX0101 전임상을 마치고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 유전자 조작 유전자를 조작해 노화를 억제하려는 연구도 진행형이다. 1993년 신시아 케니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단 한 개의 유전자(인슐린 관련 DAF2) 기능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2~3주에 불과하던 예쁜꼬마선충 수명을 6주로 늘리는 성과를 거둔 게 발단이 됐다. 케니언 교수는 2004년 예쁜꼬마선충 수명을 125일까지 늘리는 데도 성공했다. 또 2016년 미국 메이오클리닉연구소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공동 연구진은 사람으로 치면 50대 중년 나이와 같은 생후 12개월 된 쥐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노화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보통 쥐의 수명은 600여 일이지만 노화세포를 제거한 유전자 조작 쥐는 800여 일을 생존해 약 33% 수명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박상철 전남대 명예교수는 "DNA 조절을 통해 수명을 늘리는 실험은 이미 동물 적용 결과 가능함이 밝혀졌다"며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 3D프린터 장기 3D프린터의 발달 역시 인간 수명을 늘려주는 데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로 만든 혈관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진은 3D프린터 재료로 원숭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면역 거부 반응을 줄였다. 사람의 간 조직이나 귀를 3D프린터로 만들어 쥐에게 이식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네이처는 "현재 30대인 사람들은 향후 무릎 연골이 파열됐을 때 병원에 가는 대신 3D프린터 공장으로 가게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네이처는 "3D프린터를 이용해 뼈나 장기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준비가 됐다"며 "신체의 어떤 부분이 고장 난다 하더라도 바이오프린터가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뼈나 기관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3D프린터와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을 재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3D세포프린팅 기술로 단순히 조직 외형을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재생이 필요한 장기조직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노화 억제 약 이미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 중 노화 개선 효과를 갖고 있는 약도 관심사다. 대표적인 약이 당뇨병 치료제로 알려진 '메트포르민'이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메트포르민은 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돼온 식물 '고트스루'의 성분 구아니딘을 변형시킨 약물이다. 2014년 학술지 '당뇨·비만대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꾸준히 복용한 당뇨 환자의 사망률이 다른 약물을 복용한 환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메트포르민이 어떻게 노화를 지연시키는지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시켜 염증을 억제하고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960년대 칠레 이스터섬 토양에서 발견된 박테리아로 만든 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도 노화 억제 물질로 관심을 받고 있다. 라파마이신은 여러 동물 실험을 통해 포유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2016년 워싱턴대가 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개월 된 늙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90일간 한 그룹은 라파마이신을, 다른 그룹은 위약을 투여한 결과 라파마이신을 투여받은 쥐들이 최대 60% 이상 오래 생존한 것으로 조사됐다. ◆ 젊은 피 수혈 2005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늙은 쥐와 젊은 쥐의 혈관을 연결했더니 늙은 쥐의 상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연구진의 논문이 발표됐다. 2014년 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10대 뉴스에는 단백질 'GDF11'이 이름을 올렸다. 2013년 8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찾아낸 GDF11은 적혈구와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지라(비장)에서 만들어진다.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피가 아닌 GDF11만 따로 분리해낸 뒤 주입하자 회춘 효과가 나타났다. 이후 GDF11이 늙은 쥐의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혈관을 자라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확인됐다. 젊은 피 수혈 효과의 핵심이 GDF11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65세 이상 치매 환자 18명에게 젊은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을 투여한 결과 치매 증상이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벤처기업 암브로시아는 젊은 사람의 피를 늙은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호모헌드레드(homo-hundred)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100세가 넘는 시대의 신인류. 사람을 뜻하는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이 합쳐진 신조어.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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