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방영주 서울대 교수의 암은 만성질환…정상세포가 암세포 되는데 수십년 걸려

2014. 3. 30. 20:24건강정보

연재를 시작하며

프리미엄조선에 암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해 달라는 조선일보의 제안을 받고 상반된 생각이 스쳐갔다.


“언젠가 암 전문의로서 암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20년 이상 지니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암 환자를 진료하는 매 순간, 크고 작은 결정을 끊임없이 내려온 나로서도 이번 암 이야기 제안에


는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기울었다.


 ‘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하고 싶은 일,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암 전문의로 살아온 지 27여년. 그동안 수많은 암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절박함, 


기대감, 체념, 희망, 환희 등을 접하며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진료실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상황에서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진료실에서 하기에는 어쩌면 너무 늦은 이야기들을 언젠가 남기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로 인해 어쩌면 몇몇은 암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공포와 기대를 동시에 담은 눈빛으로 암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긍정적이고 차분한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암 진단이 가져오는 두려움을 덜어내고 용기를 내어 암과 싸우도록 환자들을 북돋을 수 있다. 


또한 암 환자들을 노리는 거짓 정보, 사이비 의료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언


젠가 이러한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살아왔다.

‘암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암 전문의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암을 ‘죽는 병’이라고 인식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이 암에서 치유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앞으로 암이란 도대체 어떤 질환인지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할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암에 대한 지식, 암의 진단과 치료는 놀랄 만큼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혹은 잘못된 지식이 아직도 암환자와 가족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도


록 유도하고 있다. 잘못된 유혹으로부터 환자들을 구하고 싶다.

‘암 이야기’를 통해 암은 왜 발생하는지, 어떻게 하면 암을 피할 수 있는지, 


암의 진단 과정은 왜 그렇게 복잡한지 등등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다. 


암진단과 함께 처음 접하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표적 치료, 


임상시험 등 환자들이 묻고 싶던 그 낯선 용어들과 상황들에 대해서도 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학문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지는 않을 생각이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편하게 읽고, 암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강의는 나의 중요한 업무이지만, 이제까지 대상은 늘 의학도들이었다. 


얼마만큼 내가 일반인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나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기에 걱정이 앞서지만, 


한 가지는 다짐해본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정직한 글을 쓰겠다고. 많은 이들이 암의 세계로 들어와 암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기원한다./방영주

처음 암이 진단되어 진료실을 찾는 환자나 가족들이 종종 하는 얘기가 있다. 


‘1달전까지만 해도 아주 건강했어요. 배가 조금 아파 병원에 갔더니 진행성 위암이라는 거예요.’ 


‘제 남편은 병이라곤 모르고 살았는데, 


두달 전 사업이 망하고 난 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병원 갔더니 폐암 4기래요.’ 등이다. 


많은 환자들이 암을 감기와 같이 갑자기 생기는 병으로 생각하거나, 


어떠한 사건이나 스트레스가 암을 촉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사실 암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우리가 흔히 만성질환이라고 하는 결핵보다도 훨씬 더 만성적이다. 


암은 발병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고, 


발병 이후에도 진단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진단 후 병 경과도 오래 걸리는 만성적인 임상경과를 보이게 된다.


정상세포가 발암원에 노출되고 암세포로 전환되는 것은 대부분 수십 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


다. 가령 흡연을 오늘 시작했다고 해서 몇 년 안에 폐암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해가 갈수록, 흡연양이 많아질수록 폐암의 발생 가능성은 계속 증가하게 된다. 


한편, 담배를 끊었을 경우, 


폐암 발생 위험은 적어도 수년간은 비흡연가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가 되기 때문에 담배는 하루라


도 빨리 끊는 것이 좋다.

일단 암세포가 생기고 나면, 


암세포는 계속 분열하여 커지게 되는데 10억개의 세포가 모이면 약 1g 정도의 종괴가 되고, 


이 크기는 현대 의학이 발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가 된다. 


암세포 1개가 10억개의 암세포 덩어리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 시기에 암을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인 암검진을 받도록 권하는 이유는 발견 가능한 크기가 되었을 때 


바로 진단을 해내기 위한 것이다.

암 생성 초기 단계의 세포 모형도(왼쪽)와 암 생성 성장단계의 세포 모형도./제공=사이언티픽 어메리칸
암 생성 초기 단계의 세포 모형도(왼쪽)와 암 생성 성장단계의 세포 모형도./제공=사이언티픽 어메리칸

암은 초기에 진단되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등으로 완치할 수 있다. 


예컨대 조기 위암 (위암 1기)의 경우 수술이나 내시경을 통한 절제를 할 경우 치유율이 95%를 넘고 있다. 


암 4기로 진단되거나 암이 재발한 경우 치유율은 많이 낮아지게 된다. 


최근에 각종 항암치료의 발전으로 이런 환자들도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암환자의 경우는 진단이 되고 나서 그 진행이 상당히 빨라서 수개월안에 사망하는 경우를 보


게 되는데, 이는 흔한 일은 아니다.

30대 후반에 폐암에 걸려 수술한 여자 환자가 있다. 


2002년에 암이 재발하여 항암제 치료를 했으나 효과가 없던 차에 당시 일부 폐암환자에서 효과가 


입증된 신약을 동정적 사용이라는 제도에 의해 2002년 10월에 사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 환자는 효과가 아주 좋았고 지금까지 약을 복용하며 건강하게 살고 계신다. 


이 증례는 물론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지만, 전이성 또는 재발성 암을 가지고도 오래 사는 환자


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암은 만성병이다. 암은 오랜 기간에 걸쳐 생기는 병이기에 우리에게는 그 발생을 예방할 시간이 있


다. 일부 암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진단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치유할 수 있다. 


표적치료제의 개발과 함께 일부 암환자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매일 약을 복용하며 오래오래


 살게 되었고, 이러한 환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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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백년 건강
글쓴이 : 협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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