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염증의 실체] 암·심장병 일으키는 만성 염증, 당신 온몸에 퍼지고 있다
-소리 없이 쌓여 만성질환 초래. 염증 수치는 건강 관리 지표-
건강을 생각해 10년간 소식(小食)을 유지해 온 사업가 이모(65)씨. 2009년 체중을 쟀는데 원래 체중(72㎏)보다 4㎏이 줄어 건강검진을 했다. 다른 수치는 모두 정상이었지만, 혈액검사 중 몸 안의 미세한 염증 여부를 알려주는 고감도CRP(고감도 C 반응단백:hs-CRP) 수치가 2.7㎎/L인 만성 염증이었다.〈그래픽〉 의사는 "활동량에 비해 음식을 너무 적게 먹은 탓에 신체균형이 깨져 만성 염증이 생겼다"며 식사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이씨는 음식 섭취량을 늘리긴 했지만 저녁식사는 술과 기름진 안주로 채울 때가 많았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감도CRP 수치는 3.6㎎/L로 올라 있었고, 담배를 안 피우는데도 폐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 6㎜ 크기의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의사는 "지나친 소식과 기름진 과식 탓에 만성 염증이 심해져 정상세포가 파괴되고 유전자가 변이돼 폐암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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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박상훈 기자 // 조선닷컴
만성 염증이 최근 심뇌혈관질환·치매·암 같은 온갖 질환의 온상으로 꼽히고 있다. 염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인체에 침입했을 때 우리 몸의 방위군인 면역체계가 병력(염증성 단백질)을 환부(전쟁터)에 집중 출동시켜 싸우는 국지전으로 나타난다. 이를 급성 염증이라고 하는데, 실제 전투시 포격전으로 불바다가 되듯이 환부가 붓고 통증과 열이 생긴다. 단기전이 끝나고 남은 잔해물이 고름이다. 급성 염증은 신체 이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에 '착한 염증'이라고도 부른다.
만성 염증은 이와 달리 신체 이상을 부추기는 '나쁜 염증'이다. 일상생활 중 미세먼지·고혈당·고혈압·식품첨가물·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몸과 마음이 혹사당하면, 염증성 단백질이 아주 조금씩 꾸준히 만들어진다. 염증성 단백질이 온몸에 퍼져 쌓이면 온갖 만성·중증질환을 유발한다. 만성 염증은 이런 질환을 일으킬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 급성 염증의 요란한 단기 국지전과 달리, 소리 없는 전면전이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다.
거꾸로, 만성 염증은 중장년 이후 발생하는 온갖 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는 지표로 쓸 수 있다. 의사들은 심근경색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의 고감도CRP 수치를 검사해 만성 염증 여부를 살펴본 뒤, 합병증·재발 가능성을 예측한다. 고감도CRP 수치가 올라간 사람은 만성 염증 유발 요인을 없애서 질환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만성 염증, 이래서 생긴다
①미세먼지 같은 대기 오염 물질·흡연 중 니코틴이 몸 속에 들어오거나 첨가물이 든 음식을 먹으면, 이런 물질들을 없애기 위해 염증 반응이 생긴다.
②내장 지방이 몸 안에 쌓이거나 혈액 속 당·지질이 많을 때도 염증 반응이 유발된다. 내장 지방 자체가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당·지질을 없애려는 과정과 당·지질이 혈관을 손상시키는 과정에서 염증 물질이 나온다.
③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스트레스호르몬이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염증 반응을 초래한다.
④평소 너무 몸을 안 쓰거나 식사를 너무 적게 해도 염증이 생긴다. 체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서 체내의 염증 물질을 몸 밖으로 잘 배출하지 못해서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도움말=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서홍석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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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 만성 염증 제거법
-매주 두 번 고등어 한 토막 먹고, 이틀마다 햇볕 산책-
오메가3 대사물이 염증 억제… 항산화 물질 많은 양파도 도움
유산소·근육 운동 병행하고… 집 안에 허브 키우면 좋아
만성 염증은 식습관 개선, 운동 등 생활 속 관리를 통해 줄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비만인 사람이나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몸 안에 만성 염증이 많은 상태"라며 "이들은 만성 염증을 없애는 생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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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브를 길러 집안 미세먼지를 줄이고, 일주일에 두 번 고등어 한 토막을 먹고, 매일 자전거를 40분 정도 타면 만성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만성 염증 줄이는 식습관
▷오메가3와 오메가6 비율 맞춰 먹어야=오메가3지방산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이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메가3를 먹더라도 오메가6지방산을 너무 많이 먹으면 만성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떨어진다. 한국영양학회에서는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을 4~8대 1로 권고하고 있다. 오메가6는 콩기름, 옥수수기름, 참기름 등에 많이 들어 있고, 오메가3는 등푸른 생선, 들기름 등에 풍부하다. 한기훈 교수는 "한국인은 오메가6를 오메가3에 비해 20배나 많이 먹고 있으므로 오메가6 섭취는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며 "건강한 사람은 일주일에 두 번,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매일 고등어 한 토막을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파·베리류 섭취도=영국식품연구소는 양파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이라는 식물영양소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만성 염증을 예방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블랙라즈베리, 아사이베리 등도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어 만성 염증을 예방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다. 크렌베리는 방광염·요로감염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증명돼 '천연 항생제'로 불린다. 평소에 이런 식품을 자주 먹으면 좋다.
◇만성 염증 줄이는 운동
▷하루 40분 유산소 운동=살이 쪄 지방세포가 커지면 지방세포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TNF-α 등)을 분비한다. 지방세포 크기를 줄이는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수영,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을 매일 4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노준승 교수는 "다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몸 속 산화 스트레스를 늘려 염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운동을 할 때는 숨이 차고, 땀이 등과 이마에 조금 배어 나올 정도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운동도 해야 한다. 근육은 세포 괴사를 막아 염증 발생을 억제한다.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근력운동(아령·덤벨 들기 등)을 매일 20분 정도 한다.
▷햇볕 쬐며 야외활동을=햇볕을 쬘 때 합성되는 비타민D는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D가 충분하면 몸속 염증 억제 체계가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주일에 3번, 햇볕이 가장 강해서 비타민D가 합성이 잘 되는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30분 정도 산책하는 것이 좋다.
◇만성 염증 줄이는 생활 관리
▷미세먼지 피해야=미세먼지 크기(지름 10㎛ 이하)가 매우 작아 폐포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가 백혈구 등과 반응하면서 염증을 만든다. 대로변에서 장시간 걷지 않고, 가스레인지로 요리를 할 때는 환기 팬을 꼭 틀어야 한다. 집 안에 허브·국화 등의 식물을 키우면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금연은 필수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