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11. 03일

2017. 11. 3. 21:57내야기

≪ 그립구나 친구들아! ≫

 

보리밭 종달새둥지. 앞 뒷산 소나무 뱁새둥지 털러 다니고.

꼴망태 메고 보리 서리해서 모닥불에 고수레해 먹고.

감자 서리해서 갱변에 구덩이 파놓고 불 지펴서 돌 달구어 쪄먹고.

오디 따먹다 콧잔등까지 물든 모습 마주보며 서로 웃고.

 

하교 길 옷 벗어 던지고 하루 종일 물놀이 하고.

고기 잡아 고무신에 담아다 쇠똥 불에 구워먹고.

개구리 잡아 뒷다리 구워먹고.

벌 잡아 꿀 빼먹고.

구렁이 잡아다 만화책 바꿔보고.

형님 친구네 수박서리 해서 히득거리며 손으로 퍼먹고.

물고기 잡아 갱변에 솥단지 걸어 철렵하고.

 

삼삼오오 모이면 뒷산 선배네 풋밤. 감나무골 땡감 털러 다니고.

나무하러 갔다가 지게 팽개치고 골짝골짝 누비며 산열매 따먹고.

자치기 놀이하다 손톱 멍들고. 머리 터지고.

 

얼음 치기 하다가 물에 빠지면 언덕에 불 지펴 말리다 바지가랭이 태우고.

스피커 삐삐선 잘라 산토끼 올미 놓아 새벽에 쫒아 다니고.

밤이면 친구집에 모여 밥상에 책 펴놓고 공부하며 미래를 논하고.

새벽이면 앞산에 올라 주체하지 못하던 에너지 발산 시키고.

 

시절 그렇게

부모보다 친구가. 형제보다 친구가 좋았던 우리들.

보고프면 언제나 달려오고 달려가 회포 풀던 그리운 친구들.

 

우리들 우정속에 묻어있는 아름다움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에 있다고...

그리도 일찌감치 떠나들 갔는지...!

 

찬바람에 소스라치며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을 쳐다보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장식해야 할 황혼의 목전에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간

잊지 못할 그리운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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