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아버지의 눈물

2018. 2. 13. 20:20내야기

오후 세시 쯤 노인이 숨을 헐떡이며 관리소 문을 열고 들어와 가래가 그렁그렁 거리는 목소리로 세대 현관문이 안 열린다고 도움을 요청 하시기에 바라 보았더니. 민원 때문에 내가 몇 번 방문했던 혼자 살고 계시는 독거노인 이었다. 나는 보청기를 끼고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귀에 바짝 대고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 함께 가시지요. 하며 한쪽 팔을 부축하여 가는데 숨을 쉴 때마다 안타까울 정도로 가래가 그렁그렁 거리신다. 아니나 다를까 100m 정도 가시더니 나 도저히 걸어가지 못하겠다고 하시며 그 자리에 서서 지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신다. 며칠 전에 감기를 되게 알았더니 이렇게 기력이 떨어졌어. 그거 앓았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지.... “전화를 하시지 힘들게 왜 직접 오셨어요.” 하였더니 아침밥도 못 먹고 은행에 갖다오니 점심시간이 되어 집에서 먹으려고 들어왔는데. 평소 잘 열리던 문이 안 열려서 점심도 못 먹었다고 하신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때문에 짜증 섞인 소리로 한탄을 하신다. “어르신 말씀하시면 숨이 더 차니까 말하지 마세요.” 하였더니 “그려 마져” 하신다. 집 앞에 도착하여 번호키를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아서 비밀번호를 눌러보라 하고 기다리는데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다섯 번을 누르고 나니 파란불이 껌뻑이며 아예 되지를 않는다. 제조회사에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하고 안내해 준대로 시도해 봐도 안 되기에 기다리시라하고 슈퍼에 가서 9v 건전지를 사다가 전원을 보충시키고 시도해 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제조회사에 전화하여 A/S 기사를 보내 달라하고 계단으로 이동하여 나란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아이구!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해”이렇게 살아서 뭐해!” 하시며 그렁거리는 가래를 삼키며 눈물을 훔치신다. 전에 방문했을 때 왜 혼자살고 계시는지를 대강 들어서 알고 있던 터라. “어르신 왜 그런 약한 말씀을 하세요.”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데. 젊은 시절 살아왔던 과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신다. 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스마트폰을 꺼내어 이야기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내가 모 건설회사에 45년을 근무했는데.” “젊었을 때는 처자식 남부럽지 않게 먹여 살리려고 급여를 국내보다 더 받는 욕심 때문에 중동에서 오랜 생활을 했어.” “그런데 내가 바보천치 같은 짓을 했던 거여”애들 교육 잘 시킬 줄을 알았는데....!” 큰아들이 유학을 갔는데. 갖은 고생하며 스스로 돈 벌어 학업을 마친 후 오지도 않고 그곳에서 눌러앉아 살고 있고. 작은 아들은 교수가 되었고. 셋째는 남쪽에서 사업하고 있고. 딸 역시 사업하는데 올 틈이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남쪽에 있는 아들이 한 달에 두어번 왔다 간다고 한다지나고 보니 젊었을 때 그렇게 살아온 것이 후회 스러움만 든다고 하신다.  식사 이야기 할때 부터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뱅뱅돌고 있던 식사해결 방법에 대해서 여쭤 보았다. “ 어르신 그러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을 하세요?” 하고 물으니 단지 밖갖쪽을 가리키며 “ 저~기에 가면 곰탕국밥집이 있는데. 그거 한 그릇 포장해 오면 하루 세끼는 먹어” 하시는데. 어쩌다가 마누 없을 때 심란하고 어설픈 마음에 끼니를 그냥 건너뛰어 버리던 때가 생각나며 노인에 대한 애처로움이 마음가득 밀려든다. 


가정을 위해서 그렇게 청춘을 불태워버린 우리의 아버지들! 인생말년을 이렇게 초라하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200개 국가가 넘는 세상에서 열한번 째 되는 부자 나라로 만든 그분들이 말년을 이렇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씁쓰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회사에서 A/S기사가 도착을 했다. 나는 노인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해서 전화번호를 검색하여 남쪽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에게 신분을 밝힌 다음 “제가 지난달에 뵈었을 때 하고 어르신의 기력이 상당히 안좋아 졌으니 아드님께서 신경을 좀 많이 쓰셔야할 것 같습니다.” 라고 아버지의 근황을 전해 줬더니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한다. 다른 일 때문에 그곳을 나오면서 기사에게 일 끝나고 나에게 전화 좀 주고 가시라 하면서 기사를 바라보는데. 그의 눈속에도 애잔함이 묻어있는 것이 보인다. 아~사람 마음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하며 잘 해주고 가겠다는 믿음을 갖고 발길을 돌려 나왔다. 


이일을 하면서 우리 이웃에 홀로사는 독거노인들이 상당히 많음을 알게 되었으며. 독거노인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서 파악된 것은 남보다 잘 나가던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식들도 고등교육을 받고 잘사는 자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人生은 一場春夢 이라는 고사가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 올해 101세 되시는 깔끔하고 열심히 걷기운동 하시며 홀로 사시는  어느 어르신 요즈음 보이지 않는다.

* 3년 전 별세하신 어느 국가유공자의 문앞에 걸려있던 “자식들의 출입을 절대 금 하노라!” 라는 팻말!

* 홀로 살면서 사람의 정을 그리워 하시다가 2년 전 별세하신 어느 목회자의 어머님.

* 2년 전 사모님이 암으로 세상을 뜬 후 두문불출 세상과 단절하고 홀로 살고 있는 중견 공직자 출신의 어르신(부부가 중견간부)

* 1년 전 홀로된 뒤로 집에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고 밖으로 겉돌며 마음의 갈피를 못잡는 거상으로 부자된 어느 어르신 등등 ...

* 부모님이 걸어가고 있는 인생길은 내가 조금 늦게 걸어가고 있을 뿐. 머지않아 닥쳐올 나의 자화상인 것을 왜들 외면하고 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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